# 가장 먼저 결혼하는 사람에게 40억원을 주겠다는 아버지의 청천벽력 같은 미션 수행을 위해 비혼주의자 ‘주연’, 천방지축 ‘주남’, 잘생긴 고자남 ‘주동’ 3남매가 벌이는 로맨스를 다룬 웹드라마 ‘연남동 패밀리’. 회당 10여분, 총 8회로 제작된 이 드라마는 지난해 말 KT의 OTT 서비스(구독형 콘텐츠 플랫폼) ‘시즌’에 최초로 공개됐다.
KT 관계자는 “점점 소비할 콘텐츠 양이 방대해지고 여가생활도 다양해지는 시대인 만큼 이동하면서 휴대폰으로 간편하게 볼 수 있는 숏폼 콘텐츠 니즈가 생겼다. 편당 10~15분 정도 ‘아이돌 예능’ ‘웹드라마’ 장르 위주로 매월 오리지널 콘텐츠 타이틀을 꾸준히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T 시즌은 ‘우웅우웅2’ 같은 웹드라마와 ‘아이돌다방 시즌2’ ‘NCT라이프’처럼 아이돌이 등장하는 웹예능 등 관련 콘텐츠 제작에 적잖은 투자를 단행했다.
# 지난해 메이크어스는 ‘딩고스토리’ 채널을 통해 자체 제작 웹드라마 ‘로봇이 아닙니다’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13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한 스토리 채널에서 8~12분 사이 짧은 드라마를 내보냈는데 12회 방영 기간 동안 회당 조회 수 최대 160만회, 10대 포털 검색어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우상범 메이크어스 대표는 “숏폼 콘텐츠의 가능성을 확인한 사례”라며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여 실질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숏폼 콘텐츠가 각광받고 있다. 숏폼 콘텐츠는 길게는 10분(웹드라마), 짧게는 15초(틱톡) 단위의 콘텐츠를 뜻한다. 1020은 물론 전 연령층의 콘텐츠 소비 습관이 변화하면서 인기다. 그 덕에 콘텐츠 제작사, 유통사는 물론 e커머스 회사까지 이 시장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 숏폼 콘텐츠 왜 뜨나
▷ MZ세대 취향 저격
숏폼 콘텐츠는 구현 시간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1분 이내 극초 단위 콘텐츠 혹은 10분 안팎 전형적인 숏폼이다.
극초 단위 콘텐츠와 관련 대세로 떠오르는 곳은 글로벌 소셜미디어 플랫폼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들 수 있다. 인스타그램은 영상을 1분으로 제한했는데 이런 제약 조건 덕에 더 창의적이고 직관적인 영상이 많이 공유됐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틱톡의 급성장세도 비슷하다. 15초에서 1분 내 영상을 올릴 수 있도록 제한하면서 오히려 전 세계 1020세대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유튜브를 제치고 2018년 1분기부터 5분기 연속 다운로드 수 1위, 지난해 12월 국내 사용자 수에서도 넷플릭스(321만명)를 제치고 340만명을 돌파(와이즈앱 자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튜브는 10분 안팎 숏폼 콘텐츠가 대세다. 8~12분짜리 영상을 주로 만드는 펭수, 워크맨, 피지컬갤러리 채널 등이 수백만 구독자를 자랑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유튜브는 8분 이하 영상에서는 중간광고를 할 수 없고 너무 길면 구독자가 이탈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런 기조가 형성됐다는 후문. 이런 경향은 점차 다른 소셜미디어, OTT로 넘어가면서 ‘숏폼 콘텐츠’란 이름으로 정형화됐다는 설명이다.
김남훈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는 “유튜브 등 OTT는 시청자들이 미디어를 취사선택할 수 있게 했다. 결과적으로 시청 주도권을 시청자가 갖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콘텐츠에서 이탈하지 않게 하기 위해 스토리 구성이 보다 직접적이고 급박하게 바뀌었다”고 배경을 설명한다.
주요 콘텐츠 소비층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성향도 무시 못 한다.
메조미디어가 연령별로 미디어 이용 행태를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10대와 20대는 타 연령층에 비해 동영상 1회 시청시간이 15분 내외로 가장 짧다. 30대도 16.3분 정도로 짧은 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는 동영상 1회 시청시간으로 가장 선호하는 시간이 10분 내외라고 응답한 비율이 과반을 넘는 56%를 기록했을 정도. 여기에 5분 영상을 선호한다는 응답(11%)까지 합하면 67%가 5~10분의 숏폼 동영상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진희 필콘미디어 사업전략실 부장은 “곳곳에 깔린 와이파이와 대중화된 스마트폰, 게다가 5G 시대가 되면서 더욱 빨라진 데이터 이동 속도 등 동영상 소비를 촉진하는 생태계가 완벽히 구축됐다. 게다가 유튜브와 틱톡 등은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영상을 추천하기 때문에 이용자의 사용 경험을 극대화한다. MZ세대를 넘어 전 연령층이 즐길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 수익 모델은?
▷ 브랜디드콘텐츠, 해외 업체 투자 봇물
산업계에서는 숏폼 콘텐츠를 특화해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한다. 숏폼 콘텐츠 영상을 미디어 커머스로 풀어낸 곳은 작금의 트렌드를 반기는 분위기다. 클럭 미니마사지기 500만대 판매 신화를 이끌어낸 데일리앤코나 블랭크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더해 최근 무신사, 29cm, 스타일쉐어, 부스터즈 등도 숏폼 콘텐츠 형태로 스토리가 있는 영상을 만들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시리즈물 형태로 노출시키면서 매출 극대화를 꾀한다.
최근 29TV를 선보인 스타일쉐어 관계자는 “브랜드의 감성과 정서가 담긴 29초 단위 영상을 반복 재생해 시각적 재미와 각인 효과를 높였다. 정보 위주가 아닌 상품과 브랜드가 가진 감성으로 고객에게 소구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이런 포맷이 더욱 잘 어울린다. 영상을 보다 즉각 구매 단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숏폼 형식이 가진 정보 전달의 한계도 보완했다”고 소개했다.
콘텐츠 제작·유통업계에서도 숏폼 콘텐츠에 새로운 기회가 있다고 믿는 분위기다.
지난해 숏폼 콘텐츠만으로 월 단위 흑자를 기록한 메이크어스의 우상범 대표는 “ ‘래퍼들의 수다’ 콘텐츠에 협찬 광고나 상품을 끼워 넣는 식을 넘어 사전 제작비를 대고 공동 제작을 하는 협업(브랜디드콘텐츠)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누적 시청시간 단위 광고비를 지급하는 플랫폼도 많아 흑자 사업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이 분야로 특화한 ‘72초TV’의 성지환 대표는 “음악처럼 들으면서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과 결합된 형태의 콘텐츠를 개발 중이다. 글로벌 미디어 회사가 먼저 제안해 영어로 제작되는 글로벌 콘텐츠도 선보일 수 있을 만큼 시장은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올해 CES에서 주목받은 신생 OTT ‘퀴비(Quibi)’에 대한 기대감도 업계에서는 크다.
퀴비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같은 유료 구독형(SVOD) OTT와 또 달리 숏폼 콘텐츠 전용 구독형 유료 OTT 서비스를 지향한다. 유진희 부장은 “짧은 시간, 작은 화면에서, 가볍게 보는 것이 숏폼 콘텐츠라는 일반 인식을 뛰어넘을 오리지널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 한계는 없나
▷ 저예산·저비용 콘텐츠 인식 팽배
숏폼 콘텐츠가 대세가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참여 업체 입장에서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당장 제작사 입장에서는 저예산·저비용 제작구조가 발목을 잡는다. TV 드라마가 편당 5억원이라면 웹드라마 제작비는 10회에 5억원 정도를 책정할 정도로 여전히 투자업계 현실 인식은 숏폼 콘텐츠에 호락호락하지 않다.
콘텐츠의 질도 문제 될 수 있다.
김남훈 교수는 “모바일에서는 컷이나 구성이 상대적으로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미 광고 콘텐츠에 지친 시청자가 많다. 보다 진정성 있고 밀도 높은 콘텐츠로 거듭나야 더욱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원본출처 : 매일경제 ([link url=”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0/02/188119/” icon=”arrow”]원본보기[/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