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퍼스트’ 대신 콘텐츠 구독 선택
“돈 아깝잖아, 토OO에서 다운 받아”로 불법이 자연스러웠던 디지털 콘텐츠 소비 행태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돈 좀 주고 편하게 소비하자”로. 보고 싶은 콘텐츠를 구독하거나 필요한 서비스 툴을 이용하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2030의 이야기다.
그러나 콘텐츠 유통 무대를 놓고 보면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해외 유명 플랫폼이 중심이 되고 있다. 국내 콘텐츠 및 플랫폼과 어떤 차이가 있길래 ‘공짜 퍼스트’라는 견고한 인식을 무너뜨리고 있는 걸까. 2030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28살 대학생 장모씨는 그 어떤 채널보다 넷플릭스를 즐겨 본다. 1개월 무료 이용권을 사용하다가 유료 전환했다.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보다 인지도가 높고 무엇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선택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학생인 그가 구독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사람 모으기. 중고나라에서 넷플릭스를 구독할 이들을 모집해 동시 네 명이 접속 가능한 ‘프리미엄 요금제’에 가입했다. 비용은 N분의 1로 줄었다.
장씨는 “여럿이 모이면 3만원으로 6개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기존 IPTV 보다 훨씬 저렴하다”며 “얼마 전 스트리밍 기간이 끝났는데 불편함을 느껴 다시 결제했다. 일상에 꼭 필요한 서비스가 됐다”고 말했다.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31살 이모씨는 어쩔 수 없이 월정액 이북(ebook) 대여 서비스 ‘리디셀렉트’를 구독하고 있다. 해외에선 국내 책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는 한계 때문이다.
그는 “전자도서관을 사용하려 했는데 가입 절차도 복잡하고 활용할 수 있는 도서관도 많지 않아 전자 서점 플랫폼을 찾게 됐다”며 “매주 신간도서도 늘고 있고 베스트셀러에 의존하지 않고 책을 골라볼 수 있다는 점이 유용하다”고 전했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32살 직장인 김모씨는 업무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어도비 프로그램, 드롭박스, 에버노트 등 다섯 가지 서비스를 사용 중이다. 한 달 정기 구독료만 10만원 남짓. 명함을 찍어 바로 주소록에 전송할 수 있는 어플 결제도 고려 중이다.
김씨는 “늘 바쁘고 시간도 없는데 서비스를 찾고 비교할 시간이 없다. 원츠(wants)를 빨리 충족해야 하고, 지금 당장 편하게 쓸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며 “어느 정도 인증된 브랜드, 서비스면 기본 이상은 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유료로 이용하는 서비스 대부분이 해외 플랫폼이라는 점은 공통적이다. 심지어 국산 플랫폼을 처음부터 배제하기도 한다.
스타트업에 재직 중인 30살 구모씨는 넷플릭스와 애플뮤직을 서비스 초반부터 사용해왔다. 그는 “국산 플랫폼은 사용하지 않는 편”이라며 “통신 3사 IPTV나 네이버TV 등은 자막, 해상도 등의 품질이 별로 좋지 않다. 더구나 통신 3사는 해지하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콘텐츠(집에서만 볼 수 있음)가 되어버리고 만다”고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