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교 캠퍼스가 문을 닫았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학교(UW)를 시작으로 많은 대학교가 캠퍼스를 폐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나온 조치다. 대학교는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어도 캠퍼스에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대학에서는 매년 진행하는 행사들이 그렇다. 졸업식 같은 경우 대부분의 학생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사다. 졸업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하면 아마도 큰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냈다. IT 전문매체 더버지(The Verge)는 대학생들이 가상의 공간에 캠퍼스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학교는 게임 속에서 구현된다.
학생들이 선택한 게임은 ‘마인크래프트(Minecraft)’다. 2011년 출시된 마인크래프트는 높은 수준의 자유도를 자랑하는 샌드박스 게임으로 네모난 블록을 쌓아 건축물을 세우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게 한다. 세련되고 정교한 구축은 어렵지만 못 만드는 조형물이 없을 정도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버클리음악대학(Berklee School of Music), 오벌린 칼리지(Oberlin College) 학생들이 움직였다. 학생들은 실제 캠퍼스 내부에 있는 건물을 그대로 재현했다. 기숙사나 푸드트럭까지도 똑같이 만들었다. 일부 대학에서는 마인크래프트 게임 속에서 졸업식을 개최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재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것들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일본 한 초등학교에서는 한발 앞서 마인크래프트를 사용했다. 마인크래프트 안에서 졸업식을 연출한 것이다. 일본 임시 휴교는 봄방학까지로 예정됐는데 일정대로라면 졸업식을 할 수 없다. 그래서 한 초등학생은 친구들과 함께 마인크래프트에서 가상 졸업식을 진행했고 이는 트위터를 통해 공유됐다. 모든 과정은 학교나 교사 차원에서 한 것이 아닌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해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학생들이 처음에는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즐거웠을지도 모르겠으나 멀어지면 어느 순간 그리워지는 법이다. 전염병이 없는 공간을 만들어서라도 관계와 교류를 이어가려는 모습은 놀랍다. 행사라는 것도 결국은 공간에서 이뤄진다. 비록 가상의 공간이라도 그곳에 도시가 있고 건물이 있다면 실제에 버금가는 일도 가능하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