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한 달력 속 한복이 아니다. 유튜브 영상 속 한복을 입은 모델들은 유럽 어느 왕가의 궁정 복식보다 세련되게 느껴졌다. 그 아름다움에 빠져 해외에서 한국 궁궐 영상을 찾는 이들이 폭증하고 있다.
요즘 말로 인터넷을 뜻하는 ‘랜선’을 타고 떠나는 문화유산 여행이 각광받고 있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은 한복과 궁궐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코리아 인 패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30일 밝혔다. 이른바 ‘방구석 궁중 복식 패션쇼’. 경복궁·덕수궁 등 궁궐 전각을 배경으로 한복 고유의 멋을 현대적 감각으로 구성한 필름과 화보로 구성됐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영화 ‘해어화’ 의상을 담당했던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차이킴)이 패션 디렉터로 참여했다. ‘현대의 공주라면 어떤 궁중복과 당의를 입을 것인가’란 상상에서 출발해 조선 23대 왕 순조의 딸인 복온공주와 덕온공주 의상을 재해석한 한복 21벌을 제작했다. 경복궁 근정전 앞에 모델 12명이 서있는 장면은 장엄한 궁궐 경관과 화려한 한복이 어우러져 비대면 패션쇼를 보는 듯하고, 동·서양 건축 양식이 조화로운 덕수궁에선 서양 의복 형식으로 재해석한 한복을 선보여 궁중 의상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만날 수 있다. ‘코리아 인 패션’ 영상과 화보는 유튜브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공개된다.
한국문화재재단은 ‘문화유산 방문코스’ 랜선 여행 영상도 유튜브로 공개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영상 7편을 제작했다. 경주·안동 등 유구한 역사의 ‘천년정신의 길’, 백제 숨결이 담긴 ‘백제 고도의 길’, 남도 선율이 흐르는 ‘소릿길’, 제주도의 자연과 문화가 깃든 ‘설화와 자연의 길’, 고인돌부터 궁궐까지 역사적 자취를 만나는 ‘왕가의 길’, 한국 성리학의 산실 ‘서원의 길’, 전통과 불교문화가 어우러진 ‘수행의 길’이다. 국악인, 아나운서, 유튜버 등이 참여해 각 코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360도 가상현실(VR)·항공 촬영 등을 활용해 몰입감을 높였다.
지역 대표 문화유산도 디지털로 생생히 구현했다. 지난 6월 공모로 선정된 지방자치단체 5곳의 문화유산 디지털 콘텐츠가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전남 진도의 상·장례 문화, 충남 부여 정림사지 축조 구성(고화질 다큐), 충남 당진 솔뫼성지와 김대건 신부의 생애, 대구 도동서원과 현풍석빙고, 부산의 6·25 피란수도 유산과 아미동 비석 마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