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과 VR, 협업을 바꿀 새로운 변수
교육부터 빠른 프로토타이핑, 마케팅 자료 강화에 이르기까지 기업용 증강 현실과 가상 현실 툴을 위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나오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게임, 소매 전시 등을 위한 기술로서 소비자 시장의 관심도 크다. 전체 AR 및 VR 헤드셋 시장이 2018년 890만 대에서 2022년까지 6,590만 대 규모로 증가할 것이라는 IDC의 예측도 놀랍지 않다.
IDC의 디바이스 및 AR/VR 담당 부사장 톰 메이넬리는 “최근 미국 IT 의사 결정자를 대상으로 한 IDC 설문에 따르면 상당수 기업이 두 기술을 모두 테스트하고 있으며, 앞으로 관심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흥미를 돋우는 대표적인 사용 사례는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이다. VR은 화상 통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참가자들이 공유 사무실이나 유명 여행지 등 가상의 공간에 모일 수 있게 해준다. AR은 실제 세계와 가상 세계를 혼합해서 각자 다른 나라에 있는 팀원, 또는 같은 시설의 다른 건물에 있는 팀원들이 똑 같은 장비를 보고 그 위에 주석을 달거나 그림을 그리며 서로의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협업 설계를 위한 공유 공간
건물 설계 시 진행되는 작업 중 하나는 기계, 전기, 배관(MEP) 시스템이 상호, 또는 건물 자체의 골격이나 구조와 충돌하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설계 및 디자인 회사 퍼킨스+윌(Perkins+Will)은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각 부문의 팀이 만든 축소판 3D 시스템 모델을 가지고 와서 하나의 “연합” 모델로 결합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면 각 팀이 네메첵 솔리브리(Nemetschek Solibri) 또는 오토데스크(Autodesk)의 나비스웍스(Navisworks)와 같은 표준 건물 정보 모델링 툴을 사용해서 결합된 모델을 점검했다.
퍼킨스+윌 런던 사무실의 디자인 애플리케이션 관리자인 데이비드 시웰은 “이러한 툴을 살펴보면서 문제 위치를 찾기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웰은 프로젝트의 시작 시점, 즉 각 요소가 유동적이고 빠른 속도로 바뀔 때는 시각적 검사의 대안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퍼킨스+윌은 2017년 초부터 가상 현실을 사용해서 클라이언트에게 프로젝트를 보여주고 가상 둘러보기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가 테스트한 툴 중 하나는 인사이트VR(InsiteVR)이다. 시웰은 “이 툴을 사용하면 클라우드를 통해 공유가 가능해서 여러 위치의 사람들이 모두 동일한 모델을 보는 것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인사이트VR이 최근 코디네이션 기능을 추가한 후 시웰과 퍼킨스+윌은 초기 시각적 검사에 이 플랫폼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테스트 사례 중 하나는 런던의 프로젝트로, 일부는 거주 구역이고 일부는 소매 구역인 상용 사무실 건물이다. 시웰은 “모델을 하나로 모은 다음 팀원들을 불러 살펴보면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찾도록 했는데, 그 중 한 명은 이탈리아에 있었다”면서 “예를 들어 지붕으로 올라가서 구조와 MEP 장비가 충돌하는 부분의 문제를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사이트VR에서 팀원들이 충돌하는 부분을 찾아 말하면 프로그램은 음성 인식을 사용해서 의견을 텍스트 주석으로 바꿔 모델 위에 바로 표시한다. 시웰은 “이제 모든 문제가 클라우드에 위치한 앱에 저장된다. 주석과 스크린샷이 포함된 PDF 보고서를 내보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는 설계 협력사에 배포되어 검토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 해결에 사용된다. 시웰은 “다음 회의에서 새로운 모델을 불러온다. 확인 후 이전의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문제 표시를 지우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퍼킨스+윌은 HTC 바이브 헤드셋을 사용하지만 시웰은 인사이트VR이 클라우드 기반이므로 아무 헤드셋이나 노트북을 통해서도 참가할 수 있다면서 “인터넷 연결과 앱만 있으면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웰과 퍼킨스+윌 팀은 VR 협업 프로세스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했으며, 향후 모든 프로젝트에 이를 사용할 계획이다. 시웰은 “설계 컨설턴트와 설계 협력사에 초기 협업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알릴 것”이라면서 “다른 설계 툴과 마찬가지로 일상적인 워크플로의 일부로 편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조를 위한 주문형 지식
반도체 제조사 글로벌 파운드리스(Global Foundries)는 AMD가 만드는 VR 헤드셋용 칩을 제조한다. 이 회사에서 AI, ML, AR, VR을 총괄하는 DP 프라카시는 “뉴욕 북부의 글로벌 파운드리스 공장에 오면 직접 시스템을 볼 수 있다”면서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서 VR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보여줄 뿐만 아니라 VR을 사용해서 콘텐츠를 만들고 내부 애플리케이션 용도로도 사용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파운드리스는 이 경험을 통해 활용도 측면에서는 증강 현실이 가상 현실보다 더 요긴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프라카시는 “약 1년 반 전에 공장에 AR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파운드리스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인 PTC와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었다. PTC는 그에 앞서 몇 년 전에 AR 플랫폼 제조업체 뷰포리아(Vuforia)를 인수한 바 있다.
뷰포리아의 제품군에는 원격으로 전문가의 자문을 얻기 위한 애플리케이션인 뷰포리아 초크(Chalk)가 포함된다. iOS와 안드로이드 디바이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초크는 현장 기술자와 원격지의 전문가가 동시에 같은 기계를 보고 대화하고 화면 위에 그리면서 협업할 수 있게 해준다. 글로벌 파운드리스는 기술자가 다른 건물이나 다른 국가에 위치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용도로 초크의 실용성을 평가하고 있다.
프라카시는 회사 재무 개선과 실적 측면에서 초크의 가능성을 매우 높게 평가하며 “공장 내 커뮤니케이션과 공장 대 공장 커뮤니케이션을 개선하고, 업체와의 계약을 재협상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스와 OEM 업체 간의 표준 계약에는 많은 기업이 그렇듯이 전문가가 현장에 상주하거나 상시 호출 대기를 보장하는 서비스 계약이 포함된다. 프라카시는 “전문가는 툴이 멈추는 경우를 대비해 상주하지만 80~90%의 시간 동안 툴은 정상 가동되고 전문가는 사실상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초크를 사용하면 솔루션 업체의 전문가를 현장에 두지 않고 필요한 경우에만 연락할 수 있도록 재협상함으로써 계약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프라카시는 이러한 방식이 솔루션 업체 입장에서도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프라카시는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협력업체 중 하나를 언급하며 “그 업체의 문제는 중국 사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중국으로 파견을 나가려고 하는 직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초크와 같은 툴을 사용하면 출장에 따르는 비용이나 불편함 없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라카시는 이러한 형태의 계약이 모든 이해관계자의 역량 개선에 도움이 된다면서 “원격 지원 과정에서 솔루션 업체는 공장 직원들에게 문제 해결 방법을 교육할 수 있으므로 다음에는 공장 직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고, 업체는 훨씬 더 많은 업체를 지원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스는 공장 원격 지원 용도로 초크의 실용성을 입증하기 위한 기반 작업을 마무리했다. 프라카시는 “단순히 신기하게 받아들이는 단계는 지났다”면서 “이 툴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단계까지 거의 이르렀다고 본다. 페이스타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제 규모를 확장해서 ROI를 실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의료 기관의 가상 커뮤니티
암 투병은 나이에 관계없이 힘든 일이며 10대 청소년은 특히 정신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예일-뉴헤이븐 소아병원(Yale-New Haven Children’s Hospital)에서 소아 신경종양 및 청소년 종양 클리닉을 담당하는 의학박사 어셔 막스는 “청소년 환자들은 외로움을 느끼고 같은 연령대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똑같이 암 투병 중인 사람들 외에는 교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는 일대일로 환자를 돕기 위한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사회복지사가 상주하고 있다. 그러나 어셔는 아이들은 이미 일주일에 1~2번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하므로 심리 치료를 위해 더 자주 학교나 가족과 떨어져 병원을 찾아야 하는 방법은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막스는 페이스북 스페이스, 알트스페이스VR(AltspaceVR)과 같은 여러 방법을 살펴봤지만 개인정보 보호가 취약하거나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너무 많은 등의 문제가 있었다. 막스는 2018년 8월 VR 및 AR 인큐베이터 기업인 더 글림스 그룹(The Glimpse Group)의 자회사, 포텔 스튜디오(Foretell Studios)와 우연히 연락이 닿았다.
포텔 스튜디오의 총괄 관리자이며 글림스의 이머시브 헬스 그룹(Immersive Health Group) CTO이기도 한 하워드 올라-라이켄이 예일의 한 그룹과 통화를 했는데, 그 그룹에 막스가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올라-라이켄은 “글림스가 제공하는 교육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어셔 박사가 구상 중인 지원 그룹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머시브 헬스 그룹 CTO 모자를 벗고 포텔 스튜디오 모자를 쓴 다음 우리의 주력 사업이 바로 그룹 VR 경험이라고 말했다. 심리 및 정신과 진료와 관련해서 이미 진행 중인 작업도 있었으므로 그 용도의 플랫폼이 있을 뿐만 아니라, 비슷한 사례로 이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알렸다”고 말했다.
막스는 “대규모 소셜 VR 솔루션을 실험 중인 대기업의 상당수는 견고한 VR 시스템을 활용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것 같다”면서 “우리에게는 접근성, 낮은 비용, 그리고 침실에서 헤드셋만 쓰면 바로 지원 그룹에 참여할 수 있는 간편한 휴대성이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포텔은 여전히 다양한 범위의 하드웨어에서 실행 가능한 맞춤형 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 만큼 작고 민첩한 기업이다. 올라-라이켄은 “현재 올인원 헤드셋에 집중하고 있다. 오큘러스 고(Oculus Go), 피코(Pico)가 그러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지원 그룹은 아직 출범하지 않았다. 올라-라이켄은 “우리 관점에서는 이미 제품이 있으므로 몇 가지 맞춤 구성에 대해서만 논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환자와 관련된 모든 사항에 대해 많은 행정적 관문을 거쳐야 한다.
막스는 “이와 같은 기술은 기관 심의 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심사는 잘 진행됐고, 과학과 통계적인 측면에서는 모두 승인을 받았다. 유일한 조건은 몇 가지 공식적인 안전 가이드라인을 규약에 추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막스는 프로젝트를 완료하는 데 필요한 자선 기금도 확보했으며, 올 봄부터 본격적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R/VR 협업의 미래 가능성
이상 3건의 사례 연구는 결코 독특한 사례가 아니다. IDC 모바일 디바이스 트래커 부문 수석 리서치 애널리스트인 지테시 우브라니는 “협업은 AR과 VR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사용 사례 중 하나”라고 말했다. VR을 사용하면 여러 팀이 물리적으로 같은 장소에 모이지 않고도 협력이 가능하다. 이탈리아에서 퍼킨스+윌의 설계 점검에 참여한 설계자가 그러한 예다.
우브라니는 실시간 원격 지원 외에 “많은 기업이 AR을 활용해서 기술 전문 지식을 중앙화하고 세션을 녹화해서 나중에 교육에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브라니는 이 새로운 툴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경고하며, “예를 들어 직원이 소비자를 응대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헤드셋을 쓰고 소비자와 대면하는 방식에는 아직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면이 있다. 직접 사람을 만나거나 전통적인 2D 협업 툴을 사용하는 편이 훨씬 더 쉬운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우브라니는 “VR이 실제 만남이나 화상 통화 수준으로 마찰 없는 경험을 제공하게 될 때까지는 협업을 위한 이상적인 환경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통적인 솔루션에는 출장 경비, 3D 사물을 보는 데 따르는 제약 등의 단점이 있으며, AR과 VR은 이러한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기술이 개선되면서 더 많은 기업이 AR과 VR에서 매력적인 비즈니스 케이스를 찾게 될 것이다.
원문보기:
http://www.ciokorea.com/news/114339#csidx4d2e64e37735e76b9f50d170ad6f7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