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 정보의 중요성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우리가 시각 정보를 사용하는 방식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주변의 물리적 세계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혼합현실(MR: Mixed Reality)은 근래 들어 급속히 일반 사용자들에게 알려졌지만 이미 오랜전인 1980년대 후반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 재론 래니어(Jaron Lanier)에 의해 처음으로 가상현실(VR)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 최초의 머리착용 디스플레이(HMD: Head Mounted Display)는 그보다 이른 1968년 미국 유타 대학교의 이반 서덜랜드(Ivan Sutherland) 박사에 의해 개발되었다. 가상현실은 HMD디스플레이 장치를 활용하여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환경이나 상황을 실제처럼 보여주는 기술이다.
HMD는 이후 디스플레이 소재가 LCD에서 컬러 LCD로, 다시 LED로 바뀌면서 출시되었으나 크게 각광받지 못했다. 2000년대 이후 천천히 발전하다가 2010년 스마트폰 기술에 차용된 디스플레이 기술 및 각종 센서 기술 등을 바탕으로 오큘러스 VR이 출시되었고 CG의 해상도가 높아지고 이를 처리할 수 있는 CPU 및 AP의 성능 증가로 2015년 이후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고 있다.
<사진> AR/VR/MR 특징 및 개념 [출처:일상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가상현실 (디지에코보고서) 재구성]
점차 다양해지는 VR·AR·MR 콘텐츠
가상현실(VR)은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형태의 시장이다. 최근 다양한 가상현실 기기들이 시장에 널리 보급되고 있으며, 이들을 통해 이용 가능한 가상현실 콘텐츠 또한 급부상하고 있다. 가상현실의 콘텐츠 시장 규모는 2018년 95억 달러에서 2020년에는 199억 달러 규모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가상현실에서 이용 가능한 다양한 콘텐츠 장르 중에서도 특히 게임이 가장 핵심적인 콘텐츠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가상현실 게임은 기존의 3차원 경험 중심의 콘텐츠에서 감각의 착각을 활용하여 좀 더 몰입감이 높아지고 가상 체험이 가능한 콘텐츠로 그 폭을 넓혀갈 것이다. 이와 함께 가상의 게임 세계와 현실 세계가 융합된 사례들도 좀 더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초에는 증강현실(AR)이 무엇인지 아는 소비자가 거의 없었고 실제로 사용해 본 소비자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작년에 갑자기 증강현실은 전 세계의 화제가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포켓몬 고(Pokemon GO)를 하기 위해 거리로 몰려 나왔다. 포켓몬 고가 보여준 사례는 새로운 기술을 게임에 적절히 접목하였을 때 하룻밤 사이에 화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포켓몬 고와 같은 게임은 기술 수준으로 보자면 10여 년 전의 유사한 기술을 적용한 사례들과 비교하여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단순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용자의 경험 측면에서는 실제 장소와 연계된 경험, 다른 사용자들과 물리적 공간에서 공유하는 경험, 그리고 콘텐츠 자체가 제공하는 경험의 측면에서 특수성을 갖고 있다. 이것이 해당 게임이 인기를 얻게 된 주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혼합현실(MR)은 현실에 있는 실제 물체를 렌더링(Rendering)하고 공간좌표를 매칭해 가상공간 안에서 보면서 실제 공간의 물건을 만질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현실과 가상을 균형감 있게 더함으로써 VR과 AR의 단점을 보완하고 특장점을 강화한 것이다. 현실세계와의 상호작용으로 가상현실이 주는 이질감을 완화시킴과 동시에 융합된 가상의 이미지가 현실의 일부처럼 느껴지도록 함으로써 실제 발생한 상황을 직접 체험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가상현실 HMD기기·VR 디바이스 기기·스마트폰 같은 다른 기기 없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고해상 홀로그램 영상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단순히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가상 콘텐츠를 조작하는 등 좀 더 몰입감 높은 형태의 체험을 제공하는 가상현실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지칭하기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최근 선보인 홀로포테이션(Holoportation)은 MR기술을 통해 원거리에 있는 상대를 3D 스캔 후 홀로그램으로 눈앞에 등장시킴으로써 영화 속에서만 보던 순간이동을 현실에서 구현해내며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VR·AR·MR 콘텐츠 시장의 가능성과 과제
국내 가상현실(VR) 시장은 2016년 1조 3,735억 원 규모에서 42.9%의 연평균 성장률(CAGR)을 나타내며 2020년에는 5조 7,271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LG 등으로 인해 모바일 중심의 하드웨어 시장이 깊게 뿌리 박혀 있어 향후 글로벌 추세와는 다르게 콘텐츠 보급이 미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강현실(AR) 시장 규모가 오는 2021년까지 7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최근 애플(Apple)과 페이스북 (Facebook) 등 세계적 정보기술(IT) 업체가 AR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면서 관련 시장이 더욱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 포인트리서치는 차세대 기술 경쟁에서 AR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3년 후인 오는 2021년까지 시장 규모가 600억 달러(약 6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혼합현실(MR) 시장의 경우 인더스크리 아크(IndustryArc) 와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4,580억 원에서 2021년 1조 980억 원으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VR이나 AR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일 수 있으나, 2017년 이후 출시될 MR 전용 HMD(Head Mounted Disply) 기기나 콘텐츠의 기대감으로 성장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VR·AR·MR 콘텐츠 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1) 콘텐츠의 다양화이다. 아직까지 VR 생태계 (CPND: Contents Platform Network Device) 중 디바이스 대비 콘텐츠의 다양성이 부족하다. 2016년 VR산업의 원년으로 보고 많은 VR기기들이 판매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판매대수는 미미하였다. VR기기의 판매대수가 부진한 것은 가격이 높은 탓도 있지만,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의 부족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포켓몬 고(Pokemon Go)의 열풍에서 보듯이 대중화의 필수 조건은 킬러콘텐츠의 개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콘텐츠 개발이 게임에 치중되어 있기 때문에 가상·증강현실 응용시장을 온라인쇼핑과 여행, 온라인 교육·훈련용 가상환경, 원격의료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콘텐츠 제작업체의 다수가 중소업체인데다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투자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2) 사용자 친화적인 VR기기 개발이다. 아무리 우수한 기기더라도 불편함을 주게 되면 사용자들에게 외면받기 마련이다. 현재 출시된 VR기기의 경우 일부는 무게가 무겁거나 휴대가 불편한 점이 있다. 따라서 사용자들이 쉽게 휴대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3) 단기간 성과에 집중하지 않고 중장기적인 발전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VR·AR·MR 콘텐츠 산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고 있으나 현재는 대부분 단기적이고 개별적인 콘텐츠나 플랫폼 제작에만 집중되어 있다. 특히 게임이나 영상산업에 집중되어 있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VR기기 관련 주요 부품·SW·플랫폼 등 가상산업 중 핵심기술 및 고부가 가치 산업에 성장시킬 수 있는 정책을 추진했으면 한다.
(4) VR·AR·MR 관련 인력양성이다. VR 관련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최소한 6개월〜1년 이상의 집중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나 현재는 단기 교육 프로그램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주도의 교육 프로그램과 관련해 이를 주관하는 업체가 VR 콘텐츠 산업과 연관성이 높지 않아 실질적인 VR 전문가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활용해 산업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여야 할 것이다.
(5) 인체 유해성 문제 해결이다. 사용자의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실감형 인터페이스 구현에 기반을 두고 있어 신체 이상이나 중독 현상이 발생하여 사용자에게 건강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HMD VR기기 사용자는 멀미를 하는 것과 유사한 증상을 느끼기도 하였다. 안경처럼 쓰고서 빛을 눈에 투과시켜서 영상을 보이게 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시각에 대한 안전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는 정보보안 및 사생활 침해 문제를 고려하여 표준 및 인증기준을 설정해 유도할 필요가 있다.
향후 VR·AR·MR 관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다양한 콘텐츠가 확산되어 관련 생태계가 빠르게 정착되기를 기대한다.